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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가

미술 작가: 김일화, 씨앗 시리즈, seed_land 3

 

 

 

Seed_land 3 [detail], Ilhwa Kim, hand-dyed paper

 

 

 
김일화의 '씨앗(Seed)'시리즈는 2014년, 2015년 프랑스, 독일 현지에서 올해의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작품중 하나로 평가받은 작품시리즈이다.

김일화는 프랑스, 독일 현지에서 기존에 한국의 '전광영' 작가작품을 통해 한지부조를 접하던 갤러리와 콜렉터들에게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작품으로 다가섰다. 기존에 한지를 재료로 사용하는 작가들은 한지 재료 자체의 질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동양의 전통철학을 작품의 토대로 사용하지만 그 설명들이 작품 밖에 따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김일화 작가의 '씨앗' 시리즈는 한지의 표면적인 질감을 오히려 지워버린다. 대신, 작품 자체, 그 표면에서 미세한 씨앗들과 광대한 우주, 작은 개인과 거대한 군집 사이의 흥미로운 교감을 그려낸다. 교감의 패턴들은 작품이 경험하는 시간과 빛의 움직임 속에서 유연하게 변한다. 그러나 미세하게 작은 것과 거대한 것, 어느 한쪽이 결코 우세하지 않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김일화의 작품은 표면과 색조, 이미지가 하루 종일 빛과 공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작가는 하나의 작품을 위해 직접 수작업으로 염색한 한지를 말아서 자른 후, 직선과 원의 기본구성을 가지는 '씨앗' 조각을 만든다. 한 작품에는 수만개의 '씨앗' 조각이 사용되고, 수없는 씨앗 조각들이 만들어내는 명과 암, 언덕과 골의 흐름, 색조의 반사는 매우 단단하고 매끄럽게 빛에 반응하는 입체를 이룬다. 입체들이 켜켜이 쌓여서 변주하는 모습들을 충분히 음미했다고 느낀 후 되돌아 보면, 여전히 또다른 미세한 변화들이 작품 위를 빠르게 가로지르고 있다. 개별적인 조각들, 이 개인들이 커다란 파도를 만들어내며 느껴지는 속도감은 이 변화가 시각적일 뿐 아니라 인지적인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씨앗' 시리즈의 정면에서 보이는 수많은 직선과 원의 조합은 보는 방향과 높이에 따라 시각적으로 매우 달라지는 이미지를 만든다. 그러나, 기존에 옵아트(op-art) 작품들이 채용했던 시각적 환영을 활용하면서도, 옵아트 작품들이 같은 각도와 높이에서 물리적으로 동일한 이미지를 보여주던 것과는 다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품이미지가 느리게 변화하기 때문에 똑같은 시점에서도 고정되지 않은 이미지들을 보여준다. '씨앗' 시리즈는 하나의 시점에서 하나의 물리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기존의 작품관습을 과감하게 밀어내 버린다.

김일화의 '씨앗' 시리즈에서 하나의 '씨앗'은 전체를 이루는 미세한 구성품에 머무르지 않는다. 단 하나의 '씨앗', 개체, 작은 개인도 언덕과 골, 명과 암의 흐름 속에서 전체 작품의 중심축을 바꾼다. 그러나, 그 역할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는 무한한 순환구조를 매우 담백하게, 그리고 극히 감성적으로 풀어낸다.

 

[출처] 김일화 작가 facebook에서 인용